18. 망정소 이야기
옛날에 구목령으로 올라가는 골짜기 중간에 마씨 내외가 살았다 마씨 내외는 백발이 성성하게 늙도록 자손이 없어 자식같이 키우는 말 한필을 데리고 살았다.
어느 날 그 말을 강가에 매어다 놓고 두 내외는 집에 들어 앉아서 한탄을 했다. 백발이 찾아와 죽을 날이 머지 않았는데 후대를 이을 자식이 없으니 어떡하나 하면서 한탄하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하늘이 캄캄해지고 뇌성벽력이 떨어지면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뒤늦게서야 강가에 매어놓은 말이 생각난 노부부는 자식같이 여기는 말을 비 맞힐 수야 없지 않겠느냐면서 폭우를 무릅쓰고 말을 데리러 나갔다. 노파가 말렸지만 노인은 듣지 않고 기어코 나갔다. 밤이 새도록 노인도 말도 소식이 없었다.
새벽이 되자 폭우로 방 문턱까지 물이 찼다. 아무 소식이 없자 노파는 아직 물에 잠기지 않은 바위에 올라가 휭하니 둘러 보았다. 그러나 노인과 말은 온데 간데 없고 홍수만 흘러갈 뿐이었다. 노파는 더 바랄 것이 없다 하고 물로 뛰어 들어 목숨을 끊었다.
그 후로 이 바위를 망정암, 노파가 물에 빠진 곳을 망정소라 부르고 있다. 그 뜻은 노파가 노인과 말과 함께 살던 정을 생각해서 일편단심을 물 가운데에 던졌으므로 그 정(情)을 바라본다고 하여 망정암(望情岩)과 망정소(望情沼)라 한다.
노인이 죽은 혼령은 구목령(九木嶺)이라는 곳에 올라가서 산신령이 되었고, 노파의 혼령은 마고산의 마고봉에 올라 가서 마고산 신령이 되었다 한다.
그리하여 산삼 캐는 심마니들이 꿈을 꾸어 하얀 할머니가 나타나면 심을 많이 캔다고 하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