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이소의 효행
홍천군 남면 제곡리에 이소라는 가난하지만 마음이 착한 선비가 있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영리해 7세에 孝經을 다 읽고 8세에 小學을 외웠으며 9세에 詩書를 통독하고 10세에 주역을 읽었다. 그는 영특할 뿐만 아니라 마음씨가 착하여 이웃을 돕는 일에 앞장섰다. 가난한 이웃의 혼사나 상사에는 빠지지 않고 도와 주었다.
또 효심도 지극해 새 물건이 생기면 부모님께 먼저 올리기 전에는 손대는 일이 없었다. 잠시도 늙은 어버이 곁을 떠나지 않았고 밖에서도 부모님이 즐거워할 물건을 보면 가난한 살림에도 꼭 사다 바쳤다. 그러므로 살림은 넉넉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지내던 중 노모가 팔순 되던 해 7월에 병을 얻어 눕게 되었다.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약은 다 구해 달여 드렸은나 백약이 효험이 없었다. 어느 날 고을에서 제일 용하다는 의원을 집으로 불러 병을 진맥시켰더니 “어머니의 병은 수 천년 묵은 산삼을 구하여 쓰면 낫겠으나 그 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겠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이소는 집이 가난해 산삼을 살 돈은 없고 그렇다고 돌아가시는 어머님을 그냥 지켜 볼 수도 없어 산삼을 찾으러 나섰다. 한동안 산을 헤메다 보니 산골짜기에 흐르던 물도 끊어지고 길도 없어졌다. 그는 피곤한 다리를 쉬려고 바위 위에 걸터 앉았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그는 꿈 속에서 큰 소리로 “이소야!”하고 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깜짝 놀라 잠에서 깬 그는 어머니의 병환이 위급해서 자기를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라 믿고 급히 발걸음을 돌렸다. 이 때 발걸음을 돌린 그 자리에 이상한 풀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세 가지에 아홉 잎이 있고 붉은 열매가 달려 있었다. 열매 하나를 따서 입에 넣으니 산삼 냄새가 물씬 풍겼다. 정성들여 캐어 보니 뿌리가 무와 같이 큰 산삼이었다.
이 소는 산삼을 소매에 넣고 급히 집으로 달려와 어머니에게 올렸다. 그리고는 명의를 찾아가 삼 잎을 보여 드렸다. 이를 본 명의는 “이는 비할데 없는 그대의 효성을 하늘이 알고 내려주신 은혜이므로 어머니의 병은 틀림없이 나을 것이요”라고 말했다. 곧장 집에 돌아와 보니 죽도 못 드시던 어머니가 밥을 잡수시고 곤히 잠들어 있었다. 그 후 어머니는 차츰 기력이 소생되었다.
어느 날 그의 어머니는 잉어회를 먹고 싶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이 소는 즉시 잉어를 잡기 위해 강으로 나갔다. 그러나 강가에 채 당도하기도 전에 길 옆 개천에 잉어 한 마리가 퍼득거리고 있었다. 한 자가 넘는 큰 잉어였다. 그는 기뻐하며 잉어를 깨끗한 풀에 싸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잉어를 고아서 어머니께 드리고는 혹시 병환에 해롭지 않을가 하여 의원에게 물어 보았다. 의원은 전혀 해롭지 않다고 안심시키고 잉어를 잡은 경위를 물었다. 자세히 경위를 말했더니 의원은 놀라면서 “잉어를 구할 때나, 산삼을 구할 때나 하늘이 이 소의 효행을 알고 은혜를 베풀어준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어느덧 한 해가 저물어 섣달이 되었다. 이 소의 어머니는 독한 감기에 걸려 몸져 누웠다. 어머니는 앵두가 먹고 싶다고 찾았다. 엄동설한에 앵두를 구할 수 없었다. 그는 앵두나무를 방 안에 옮겨심고 앵두가 빨리 달려서 익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랬더니 앵두나무를 방에 옮겨 심은 그 다음날로 빨간 앵두가 달려 예쁘게 익었다. 이 소는 앵두를 소중히 따서 어머니에게 드렸다. 그는 이번에도 혹시 앵두가 병환에 좋지 않을까 근심이 되어 의원에게 물어 보았다. 이야기를 들은 의원은 함께 이소의 집으로 와서 어머니가 먹다 남긴 앵두를 보았다.
앵두를 보러 온 의원은 다름 아닌, 임금님 병을 보는 御醫 金別湜이라는 사람이었다. 어의 김병식은 이 소가 효행으로 어머니의 병을 고친 이야기를 임금님께 자세히 아뢰었다. 임금은 “이는 훌륭한 효도로서 그냥 넘길 수 없는 일이다”라며 이 소에게 예조판서의 벼슬과 많은 상금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