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금강산 마적떼
옛날 강원특별자치도 금강산 일만이천봉 팔만구암자 그 넓은 지역에 마적떼라는 도적들이 살고 있었다. 이들은 아주 깊은 산속에서 한 부락을 형성하고 살았다. 가끔씩 사람이 사는 동네에 내려와 마구 약탈해 가고 또 쓸만한 사람들은 붙잡아 갔다.
그런데 한 동네에 아주 꿋꿋한 집안 내력을 가진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 집에는 자손이 하나도 없었는데 한 70세쯤 되어서야 아들 하나를 얻게 되었다.
아들이 세 살쯤 되었을때 어느날 스님 한분이 와서 시주를 청하였다. 안주인은 쌀 한되를 시주하였다. 스님은 쌀을 받아 가지고 나가려다가 이집 아들을 보고는, 아이가 나기는 잘 났다만 단명하겠다고 중얼거렸다. 이 말을 들은 안주인은 저만치 멀어져가는 스님을 쫓아가서 붙들고는 어떻게 명을 이어줄 방법이 없겠느냐고 애원하였다. 그랬더니 스님은 자기가 이 아이를 데려다가 15년 정도만 같이 지내면 명을 늘릴 수 있겠다고 대답했다.
안주인은 16년이나 떨어져 있다는 것이 가슴 아팠지만 오래도록 아들이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스님에게 딸려 보냈다.
그런데 그 스님은 마적떼인데 스님으로 가장하고 사람 도둑질을 하러 온 것이다. 마침 그 아이가 쓸만하기에 속여서 데려갔던 것이다. 그래서 약 20년동안 도둑질하는 공부만 가르쳤다. 이 아이가 20세쯤 되어서 생각해 보니까 도둑놈들 틈에서 도둑질 공부만 했으므로 이 소굴에서 빠져 나가 밝은 생활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도 20년동안 먹은 밥값은 하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에서 골똘히 연구를 했다. 밤에 여우가 울든지 까마귀가 울면 동네가 망한다는 얘기가 얼핏 떠올랐다. 좋은 생각이 났다. 그것은 수많은 도적놈들 중에서 까마귀 울음 소리를 가장 잘 내는 사람을 하나 뽑아서 몇 달 동안 까마귀 울음소리를 연습시키는 것이었다. 얼마나 많이 연습을 했는지 진짜 까마귀 울음소리와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나서는 이 사람을 동네 산 속에 내려가게 해서 사흘 밤 동안 까마귀 울음소리를 내게 했다.
그리고 동네에 내려가서 동네 제사를 지내지 않으면 이 동네가 망할 것이라는 소문을 퍼뜨렸다.
얼마 후 아들은 대사로 변장을 하고 동네에 갔더니, 동네 사람들은 “우리 동네 망하지 않고 평화롭게 사는 방법을 좀 가르쳐 주십시오, 대사님.” 하면서 마구 매달리는 것이었다. 변장을 한 이 대사는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만, 우리가 시키는대로 해야만 합니다.” 하고 그럴듯하게 일러 주었다.
동네 사람들은 도액을 면하게 해주겠다는 말에 귀가 번쩍 띄어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을 했다. 그러자 변장대사는, “그러면 오는 보름날 동네 사람 모두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서낭으로 가시오. 사람뿐만 아니라 사람을 알아 볼 수 있는 짐승도 모두 데리고 가서 그 숫자대로 서낭당을 향하여 소지를 올리시오. 그리고 그 소지가 다 울려질 때까지 마을로 내려오는 사람이 있어선 아니 됩니다.”하고 엄명을 내렸다.
며칠 뒤 하늘엔 먹구름이 뒤덮혀 있고 별 한 점 없는 보름날에 마을 사람들은 모두 다 서낭당으로 갔다.
그 동안에 도적들은 마을에 들어와서 온 재산을 몽땅 털어가 버렸다. 꽤 큰 부락이었으므로 몇 천명의 사람과 짐승들의 숫자대로 소지를 다 올리다 보니 날이 새었다. 그리고 마을에 내려와 보니 마을의 곡식과 재산은 하나도 남김 없이 다 털려 버린 것이었다.
한편 마적떼의 소굴에선 큰 잔치가 벌어졌다. 한 마을을 몽땅 털어 왔으므로 3년은 족히 먹고도 남을만 하였다. 그래서 이 아이는 마적떼의 대장이 되었다. 그 무리 중에서 누구도 이 아들의 머리를 따라가지 못했다.
대장이 된 이 아이는 3년 동안 마적떼들을 먹고 마시고 놀게 해 주었다. 한편 아이대장은 이렇게 먹고 마시고 노는 3년 동안 여우소리를 잘 내는 사람을 가려서 연습을 시켰다. 이어서 한 마을에 여우가 잘 다니는 길목에 가서 사흘 밤 동안 계속해서 여우 울음 소리를 내게하였다.
똑같은 방법으로 그 마을을 몽땅 털어다가 쌓아 놓고는 또 3년 동안을 정신없이 놀게 만들었다.
세월은 흘러 7년째에 접어 들었다. 이 아들은 생각한 두 가지 방법이 크게 성공했으므로 이제는 마적떼들을 모두 죽여버리는 계책을 세웠다. 혼자서 도적떼 수천명을 죽이는 방법을 생각해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6년을 먹고 마시고 놀았으니 이 소굴에는 짐승의 가죽이 굉장히 많아졌다. 아들은 이 가죽들을 손질하여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만큼의 자루를 만들게 하였다. 자루가 다 완성되자 한 사람씩 모두 그 자루에 들어가 잠 자는 연습을 시켰다. 수 많은 도적떼들을 줄지어 세워놓고 차례 차례로 자루에 들어가면 다음 사람은 그 자루를 묶고 그 다음 사람은 그 사람을 묶게 하였다. 그러고 나서는 아주 세게 한 대씩 때리게 했다. 그러면 죽겠다고 소리를 지르곤 했다. 그럴때마다 이렇게 때려서 아프지 않아야 연습이 된다고 하면서 아프다고 소리를 못하게 했다.
며칠동안 그렇게 훈련시킨 다음, 서로 빨리 집어넣기, 빨리 집어넣고 빨리 묶기, 빨리 묶고 빨리 때리기 연습을 시켰다. 그리고 날을 잡아서 실컷 먹고 마시게 하는 잔치를 베풀어 주었다. 다시 훈련이 시작되었다. 진짜 기술을 가르쳐 줄테니 빨리 자루 속으로 들어가라고 호통을 쳤다. 이번이 마지막 기술이니 마구 굴려도 터지지 않도록 단단히 묵으라고 명령을 했다. 이렇게 묶어 놓고는 혼자서 몽땅 두들겨 대기 시작했다. 워낙 도적의 수가 많은지라 마지막에 덜 팬것이 하나 있었다. 이것이 어쩌다 터져 나와 북쪽으로 도망쳐 버렸다.
그리하여 이 아들은 도적떼들을 모두 죽이고 하산해서 새 사람이 되어 잘 살았다 한다.
한편 도망간 도적 한 명의 대가 이어져 김일성 집안을 이루었는데, 그 마적떼의 피가 흐르기 때문에 지금도 땅굴을 파며 그 근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한다.
(두촌면 장남리)